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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연한의원 윤정선 원장의 [한의사 엄마의 튼튼 육아]
[베이비조선] 아기가 아프면 모두 엄마 탓으로 느껴지는데, 아토피도 혹시 내 탓? 오래전일이지만 잊히지 않는 기억이 하나 있습니다. 다섯 살쯤 된 아이의 엄마였어요. 예쁜 딸아이와 함께 내원을 했는데, 아이의 아토피가 꼭 자신의 잘못 같아 괴롭다고 했습니다. 시가의 어른들은 아이의 피부를 보며 혀를 끌끌 찼고, 아기가 아픈 건 모두 엄마 탓이라며 면전에 두고 무안을 주셨다고 했어요. 그 이야기를 들으며 저 역시 마음이 아팠습니다. 저도 비슷한 또래의 아이를 키우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엄마 한의사로 살면 남일 같지 않은 순간들이 많아집니다. 세상의 모든 아이들이 모두 아프지 않고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갖게 되는 건 아마 다들 비슷하시죠? 깨끗해서 걸리는 병, 아토피 아토피는 선진국형 질환이에요. 깨끗한 환경에서 자랄수록 발생률이 높다는 건 이미 알려진 사실이고요. 그렇다고 지저분하게 아이를 키울 수는 없는 노릇인데, 우리 아이들 아토피를 어쩌면 좋을까요. 우리나라에서 아토피는 2000년대 이후 급격히 증가하기 시작했어요. 그 후 2004년 무렵에 최고조를 기록하고 2006년 감소, 2008년 이후 다시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고 해요. 아토피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알레르기 소인(알레르기 유전자)을 가지고 있을 경우에 발생할 가능성이 커요. 물론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났어도 질환으로 악화되지 않는 아이들도 있어요. 앞서 아토피는 선진국형 질환이라고 말씀드렸죠. 고도의 산업화를 이룬 선진국에서 많은 질병이에요. 알레르기 바이러스 등이 증상을 일으키는 것과 동시에 깨끗한 환경에서 살게 되면 감염성 면역력이 떨어져 발생하기도 한다고 보는 견해도 있어요.
보통 소아 아토피가 시작되는 나이는 엄마와 함께 내원했던 그 꼬마의 또래, 다섯 살 무렵을 전후로 나타나기 시작해요. 우리나라 소아 아토피는 영유아기부터 시작하기도 하지만 소아 아토피 환자의 약 90%는 5세 전후로 발병합니다. 아토피 증상이 나타나면 아무것도 모르는 아기들은 간지러움에 긁거나 울게 돼요. 가장 일반적인 증상이 ‘가려움’이거든요. 하지만 여기서 조심해야 할 부분은 가려움이 나타난다고 모두 아토피는 아니라는 거예요. 아토피는 빠르게 치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바르게’ 치료하는 것이 중요해요. 재발의 우려가 높기 때문이고, 영유아들은 성인과 달리 피부가 연약하기 때문이기도 해요.
아토피, 증상 개선과 성장을 함께 신경 써야 해 아이가 아토피로 고생하는 엄마들은 밤이 두렵다고 합니다. 아이들은 특히 밤에 더 괴로워하고, 많이 긁고, 잠을 설치는 날들이 많기 때문인데요. 아토피도 걱정이지만 밤에 잠을 잘 이루지 못하면 성장에도 영향을 받게 된답니다. 게다가 아토피를 치료할 때는 우유, 고기처럼 아이들의 성장에 꼭 필요한 식품을 먹지 말아야 할 경우도 생기기 때문에 ‘성장’을 떼놓고는 치료를 생각할 수가 없어요. 저는 아토피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아이들에게 자연과 함께, 자연 속에서 시간을 보내라고 이야기해요. 그렇다고 공기 좋고 물 좋은 산촌으로 이주를 하라는 뜻은 아니에요. 햇살이 좋은 날은 햇볕도 쬐고, 바람이 좋은 날은 바람도 맞고, 공원의 풀도 만져보는 것으로도 충분합니다. 꽉 막힌 집 안에서 컴퓨터 게임을 하고 책을 읽는 건, 잠시 내려놓아도 좋잖아요. 물론 이때, 피부에 너무 많은 자외선이 집중되는 않도록 해주세요. 적당한 산책과 운동은 아이의 스트레스를 낮춰주는 효과를 가져와요. 또 몸의 순환이 좋아져 밤에 숙면을 할 수 있게 됩니다. 스트레칭이나 가벼운 운동도 좋고요. 외출에서 돌아오면 가볍게 샤워를 하게 해주세요. 뜨거운 물에 들어가는 탕욕은 아토피를 악화시킬 수 있어 좋지 않아요. 실내 공기는 조금 서늘한 것이 좋고요.
그렇다면 먹는 것은 얼마나 제한해야 할까요? 아토피에 나쁘다고 알려진 모든 음식을 제한할 필요는 없어요. 하지만 간혹 특정 음식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난다면 그 음식은 피해주시는 것이 좋아요. 혹시 아토피가 더 나빠질까봐 음식을 가리기 보다는 조리법을 달리하기를 추천 드려요. 기름에 튀기는 음식 보다는 찌거나 삶아 먹으면 어떨까요? 엄마는 조금 번거롭지만 아이는 한결 건강하게 나아갈 거에요. 그리고 인스턴트 음식 보다는 엄마표 건강간식이 아이를 건강하게 바꾼답니다. 엄마가 된다는 건 여러모로 번거롭고 때론 귀찮아지기도 하지만, 그 이상의 기쁨과 행복을 우리 아이들이 준다는 걸 잊지 마세요. 우리는 엄마니까요.
글 윤정선(한의사)
글을 쓴 윤정선 씨는 여성, 소아전문 하우연한의원의 대표원장으로, 임상경력 19년 한의사로 활동하며 한 환자를 유아에서 성인까지 키워낸 베테랑 한의사다. 실제로 2녀 1남 다둥이 한의사 엄마답게 아이들의 바른 성장에 대한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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